비만은 이제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명확히 ‘질병’으로 규정하며, 각국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은 1998년 26%에서 2022년 38%로 급증했다. 특히 남성 40대 비만율은 50%를 넘어섰고, 소아·청소년 비만율도 15%를 돌파했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지방간, 심혈관 질환, 심지어 일부 암까지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 왜 비만이 늘어날까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이다. 현대인은 칼로리는 높고 영양은 부족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쉽게 접한다. 여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습관과 부족한 신체 활동이 더해지면서 체중은 점점 늘어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이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 ‘그렐린’이 증가하고, 스트레스는 폭식을 부른다.
■ 비만이 불러오는 질환들
비만은 단순히 외모상의 문제가 아니다. 체내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복부 비만은 특히 위험한데, 내장지방은 염증 물질을 분비해 혈관을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간 환자의 80% 이상이 비만 환자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 식습관 관리가 출발점
비만 예방의 첫걸음은 올바른 식습관이다. 하루 섭취 열량과 식단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과식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천천히 20분 이상 시간을 두고 먹을 것을 권한다. 가공식품, 단 음료,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채소·통곡물·단백질 식품을 늘리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외식보다는 집밥 위주의 식단이 칼로리 조절에 효과적이다.
■ 운동과 비만 관리
운동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유지에도 핵심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 연소를 돕고, 근력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하루 7,00010,000보 걷기와 주 23회의 근력 운동을 권장한다. 단, 단기간 고강도 운동으로 무리하게 살을 빼려는 시도는 요요현상과 부상을 불러올 수 있다. 체중 감량은 서서히,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
수면 부족은 비만의 숨은 원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5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정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70% 높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체내 코르티솔이 증가해 복부 지방이 쌓인다. 명상, 요가, 취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 전문가 조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지현 교수는 “비만 치료는 단순히 다이어트가 아니라 생활 전반을 바꾸는 과정”이라며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네 가지 요소를 함께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습관의 변화가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