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환절기 일교차, 건조한 공기. 현대인의 호흡기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천식, 알레르기 비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천식 환자는 약 150만 명,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호흡기 관련 응급실 내원이 평소보다 20% 이상 늘어난다.
■ 호흡기 질환, 왜 늘어나나
호흡기는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는 기관이다.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같은 유해물질이 호흡기를 자극하면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반복적인 자극은 점막을 손상시켜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흡연과 간접흡연은 폐암과 COPD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WHO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률이 20배 높다”고 보고했다.
기후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 급격한 환절기 기온 변화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가을철 2개월 동안 천식 환자 수는 여름보다 1.4배 증가했다.
■ 생활 속 관리 방법
호흡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 관리가 우선이다. 외출 전에는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고농도일 때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귀가 후에는 손과 얼굴을 씻어 외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 사용이 도움이 되며, 습도를 50~60%로 유지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환기도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낮은 시간대(주로 새벽·오전)에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여야 한다. 겨울철에는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 두는 것이 호흡기 보호에 효과적이다.
■ 호흡기 강화 운동
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호흡 운동도 효과적이다. 복식 호흡은 대표적인 방법으로,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배가 부풀어 오르도록 한 뒤 입으로 길게 내쉬는 방식이다. 하루 10분만 실천해도 폐활량이 개선된다. 또한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 운동은 피해야 한다.
■ 식습관과 호흡기 건강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은 호흡기 보호에 도움이 된다. 브로콜리, 시금치, 토마토 같은 녹황색 채소는 폐의 염증을 줄인다. 비타민 C가 많은 과일은 면역력을 강화한다. 또 수분 섭취는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1.5~2리터의 수분 섭취가 호흡기 건강에 유익하다”고 조언한다.
■ 고위험군 관리 중요
어린이, 노인, 호흡기 질환자는 미세먼지와 기온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이들은 외출을 줄이고, 정기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감·폐렴 백신 접종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예방접종으로 호흡기 질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전문가 조언
호흡기내과 전문의 박선영 교수는 “호흡기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라며 “작은 생활 습관과 환경 관리만으로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연, 규칙적인 운동, 미세먼지 차단이 호흡기 건강의 3대 원칙”이라고 덧붙였다.